[일본] 겸허, 견실을 모토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 제7화
겸허, 견실을 모토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 제7화
여행은 즐거웠다.
호텔 바로 앞이 새파란 바다라서 텐션이 마구 올라갔다.
방은 당연히 스위트룸, 나는 오라버니와 함께 거실을 사이에 두고 침실이 두 개 있는 방에 묵었다.
부모님은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에스테틱을 받으러 가느라 바다엔 거의 들어가지도 않는다.
말도 안 돼. 바다까지 와서 수영을 안 하다니, 대체 뭐 하러 온 거야!
이럴 때 나이 많은 오빠나 언니가 있으면 참 좋단 말이지.
보호자 겸 바다 놀이 상대로 마구 끌고 다닐 수 있으니까.
나도 아침부터 오라버니를 꼬드겨서 바다 삼매경. 오라버니 어깨에 매달려 새끼 거북이 상태로 헤엄쳐 달라고 하거나, 스노클링을 하거나.
사실 오라버니도 벌써 중학교 2학년이니까 어린 여동생 상대하는 게 지루할 텐데.
카부라기 마사야(鏑木雅哉)처럼 친한 친구를 부르고 싶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내가 혼자가 되어 버리니까, 여기선 좀 참아 주십사.
신나서 우쭐대며 헤엄치다가 그만 물살에 휩쓸려서, 오라버니가 허둥지둥 구조해 준 건 좋은 추억이다.
나름대로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뒀는데도 새까맣게 타 버린 나를 보고, 어머니는 뭉크가 되어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그 즐거웠던 여운에 잠기면서도, 가을엔 피아노 발표회가 있어서 레슨 날이 늘어나 집중 연습을 해야 했고, 다른 학원에도 다니고, 친척 모임에도 참석하고, 매일같이 이런저런 일정이 잡혀서 바쁘게 지내다 보니, 눈 깜짝할 새에 여름방학도 얼마 안 남았고, 서머 파티 날은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레이카, 준비 다 됐어?"
먼저 채비를 마친 오라버니가 나를 데리러 방으로 왔다.
"네에-"
오늘은 첫 서머 파티라서, 중등부 피부안느 멤버인 오라버니가 에스코트해 주기로 했다.
든든하기도 하지.
"드레스 예쁘다. 잘 어울려. 그 머리에 꽂은 꽃은 진짜야?"
에헤헤.
오라버니도 참, 칭찬 잘하시네.
이 셔벗 그린색 플레어 드레스는 나도 가게에서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 버린 거다.
여름스럽고 정말 귀엽다.
이 드레스를 샀을 땐 여행 전이라, 하얀 피부에 맞춰서 "왠지 가녀린 분위기? 후후" 하고 생각했었는데, 예상 밖으로 새까맣게 타 버리는 바람에 처음 이미지랑은 조금 동떨어져 버렸지만, 아이다운 발랄함이 있어서 이것도 괜찮잖아.
드레스를 같이 사러 갔던 어머니가 이 모습을 보고 살짝 실망하고 있던 건 못 본 걸로 한다.
머리는 헤어살롱에서 세팅하고, 헤어 액세서리 대신 하얀 생화를 꽂았다.
아아, 기분은 완전히 공주님.
멋 부리기는 여자아이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단 말이지.
이제 실실 웃음이 멈추질 않아요.
마음에 쏙 드는 드레스를 입고, 향하는 곳은 서머 파티!
하지만 이렇게 웃는 건 영애답지 못하니까 조심해야지.
그런데 볼 근육이 도무지 말을 안 듣는다. 실실.
"자, 슬슬 갈까?"
"네!"
행사장인 호텔까지는 킷쇼인가(家)의 차로 데려다주니까, 굽 있는 가녀린 샌들을 신어도 괜찮다.
아아, 두근두근하네.
"저기, 저기, 오라버니. 서머 파티 얘기 좀 해 주세요?"
"또? 얼마 전에도 얘기했잖아. 게다가 이제 곧 도착하니까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오라버니는 쓴웃음을 짓고 있지만, 그야 듣고 싶은걸.
같은 얘기를 몇 번이나 하게 만들어서 오라버니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행사장은 도심에 있는 호텔 1층 홀인데, 프라이빗 가든과 맞닿아 있어서 거기서 테라스로 나가 시간을 보내도 된다고 한다.
그 정원엔 장미 아치가 있어서 아주 예쁘다나.
오라버니 말로는 "레이카가 좋아할 만한 정원이야"라고.
시작 시각은 저녁부터지만, 여름엔 해가 늦게 지니까 자연광과 밤의 라이트업을 둘 다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꼭 정원에 가요, 네?"
"네네."
요리는 뷔페 스타일 스탠딩이지만, 테이블도 의자도 있어서 제대로 식사하고 싶은 사람은 거기 앉아서 먹는다.
하지만 대부분 사교가 목적이라, 그렇게 든든히 먹는 사람은 없다나.
최고급 호텔 요리인데, 아깝기도 하지~.
전생에서 뷔페 갈 땐 아침부터 식사 제한을 해서, 마음껏 배 터지게 먹었는데.
내 안에서 뷔페=죽기 살기로 먹기! 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친구들이랑 디저트 뷔페에도 자주 갔었지. 매번 전 종류 정복을 목표로 내걸고 갔지만, 한 번도 완수한 적이 없었네.
……다들, 잘 지내려나.
"레이카?"
앗! 안 돼, 안 돼. 내 세계에 빠져 버렸다.
쓸데없는 건 생각하지 말아야지.
"기대되네요, 오라버니."
나는 지금, 킷쇼인 레이카(吉祥院麗華)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