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겸허, 견실을 모토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 제10화
겸허, 견실을 모토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 제10화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에 접어들면서, 나는 그토록 바라던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오라버니가 다녔던 곳이라 그런지, 사립·국립 명문교 초등학생들이 모이는, 꽤나 수준 높아 보이는 학원이다.
전생에 내가 다니던, 프린트만 푸는 그런 학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으로선 국어와 산수뿐이라 수업 내용은 전혀 문제없다. 오히려 만능감이 엄청나다.
뭐, 어차피 초등학교 1학년이니까. 이걸 모르면 그게 더 문제지.
게다가 내가 학원에 가고 싶었던 건 물론 장래를 생각해서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 중대한 목적이 있었던 거다.
그건 바로 군것질.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고는 있지만, 그건 전부 킷쇼인가(家)의 운전기사님이 데려다주고 데리러 온다.
수업 시작 전에 교습소까지 데려다주고, 끝날 때쯤 다시 교습소 앞으로 마중을 나온다.
그래! 자유 시간이 없다!
내가 혼자서 밖을 걸어 다니는 일은 좀처럼 없다. 반드시 누군가가 곁에 있다.
하지만 그러면 곤란하단 말이지.
왜냐하면 군것질을 못 하니까.
식탐 부린다고 비웃고 싶으면 얼마든지 비웃으시라.
하지만 말이지! 매일매일 주어지는 과자는 고급 제과점 것뿐, 식사도 어디 일류 레스토랑에서나 나올 법한 메뉴뿐이다.
감사하죠? 정말 맛있죠?
그래도 전생의 내 싸구려 혀가, 정크한 스낵 과자를 먹고 싶다고 아우성친다. 흰쌀밥에 단무지만 얹은 소박한 밥상이 먹고 싶다고 아우성친다. 반찬빵이 먹고 싶다고 아우성친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수행원이 없는 시간대가 생기는 레슨을 하나 다니면 되지 않을까 하고.
학원은 국어·산수 2교시제라, 그 사이에 쉬는 시간이 있는 거다.
그때 몰래 빠져나가서, 남몰래 사러 가면 되지 않을까 하고.
가능하면 학원에서 되도록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있으면 좋겠다.
너무 자주 빠져나가면 학원 선생님한테 딱 걸려서 집에 보고가 들어갈 수도 있으니, 그 점도 조심해야 한다.
사는 건 학원 교재 넣는 가방에 들어갈 만한 작은 것만. 실수로라도 감자칩 같은 거대한 놈을 노려서는 안 된다. 그건 소포장이라도 안에 공기가 들어 있어서 부피가 크다.
처음엔 티롤리안 초코 같은 작은 걸 사 보자. 가능하면 죽순마을이 먹고 싶다. 사실은 럭키 턴도 먹고 싶은데, 그건 난도가 너무 높다.
그리고 언젠가는, 주먹밥을 사는 거다.
그런 걸 망상하고 있자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학원에 가고 싶었던 거다.
오라버니가 다니던 학원 근처에는, 걸어서 2, 3분 거리에 편의점이 있었다.
훌륭하다.
다니기 시작한 초반에는, 신입인 데다 그 즈이란 학생이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주목받고 있어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주 1회 학원 나들이로, 겨우 편의점에 갈 수 있게 된 건 다니기 시작한 지 두 달이나 지났을 무렵이었다──.
처음 산 과자는 티롤리안 초코 두 개와 캐러멜이었다.
가방을 들고 밖에 나갈 수는 없었기에, 주머니에 들어갈 크기의 물건으로 한정됐던 거다.
쉬는 시간은 15분밖에 없어서 부랴부랴 돌아왔다.
2교시 수업은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내 방에서 몰래 먹은 티롤리안 초코는, 그리운 맛이 나서 감동한 나머지 눈물이 났다.
남은 초코와, 여덟 개들이 캐러멜도 아껴가며 먹었다.
싸구려여, 만세.
가을은 운동회며 즈이란 발표회며 해서 바쁘다. 사적으로는 피아노 발표회까지 있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운동회는, 동학년에선 카부라기·엔조 투톱이 당연하다는 듯 대활약했다. 상급생마저 압도했다. 덕분에 상급생까지 포함해서 팬이 더 늘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반에는 히어로가 없었다. 다른 분야에서 힘내자.
즈이란 발표회는 문화제 같은 거라, 학생들이 만든 작품 등을 전시하는 것 외에 합창 대회나 바자회 같은 것도 있다.
운동회보다 이쪽이 준비가 더 힘들어서, 지친 몸에 자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틈틈이 프티피부안느 살롱에서 과자를 먹곤 한다.
교내에서 과자를 먹을 수 있다니, 역시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살롱에서는 발표회 합창 곡목이며, 반별로 만드는 작품 이야기 등으로 떠들썩하다.
반 작품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난도가 높아지니 힘들다. 고학년은 디오라마 같은 걸 만든다고 한다.
"레이카 양, 오늘은 피에르 에방의 마카롱이 있어요. 드시겠어요?"
"기뻐라. 꼭 먹을게요."
이분은 5학년 언니로, 미나즈키 아이라(水無月愛羅) 님.
즈이란에서는 꽤 드문, 쇼트커트에 살짝 보이시한 외모의 여자아이로, 장래엔 어디 가극단의 남역(男役) 톱 같은 사람이 될 것 같은 분이다.
아이라 님은 얼마 전 서머 파티에서 나와 오라버니의 왈츠를 본 이래로 나와 친하게 지내주신다.
즐겁게 열심히 춤추는 모습이 귀여웠단다. 감사할 따름이다.
"다정한 오라버니가 있어서 부럽네" 같은 말도 해주시고, 어디선가 나와 오라버니가 장미 아치의 벨을 울리고 있는 사진을 입수해서 선물해주셨다.
아이라 님의 지인분이 그 자리에 있어서 사진을 찍었던 모양이다.
"귀여운 커플이었으니까, 사진을 찍어서 나중에 건네주고 싶었어"라고 한다.
커플 확정입니다, 오라버니.
카부라기 마사야와 엔조 슈스케(円城秀介) 앞에서 쓸데없는 개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했는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이 아이라 님에게는, 딱 하나 중대한 문제가 있다. 그건……
"유리에. 이 한정 마카롱 맛있어."
그렇다, 아이라 님은 바로 그, 유리에(優理絵) 님의 절친인 것이다.
"그러네. 그럼 딱 하나만 더 먹어볼까. 마사야랑 슈스케는 어떡할래?"
"먹을래."
"으음, 난 됐어."
유리에 님 곁에는 대체로 언제나, 유리에 LOVE인 카부라기가 있다. 그리고 유리에 님과 아이라 님은 절친에다 사이좋고. 게다가 그런 아이라 님이 요즘 예뻐하는 후배가 나.
꽤나 위험한 포지션이다.
황제 님은 자기가 관심 있는 인간 외에는 기본적으로 거의 무관심하기 때문에, 내 존재는 지금으로선 안중에 없다.
다만 딱 한 번, 엔조 슈스케가 "너, 그 서머 파티에서 한복판에서 왈츠 추던 애구나" 하고 말했을 때, "아아… 그 애 말이군" 하며 생각났다는 듯 이쪽을 쳐다본 적은 있었지만.
엔조 슈스케, 쓸데없는 소리를!
"마사야는 반 발표 제대로 돕고 있어?"
"…뭐, 대충."
"안 되지, 그러면. 제대로 해야지."
"아~… 응."
"뭐야, 그 대답은. 나 교실까지 보러 갈 거야. 알겠지?"
"알았어. 진짜 유리에는 잔소리가 많다니까."
"뭐라고!"
"거짓말, 미안하다니까. 유리에는 금방 화내니까."
마카롱을 오물오물 먹으면서 슬쩍 곁눈질.
밉살스러운 소리를 하는 것치고는,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있네. 그래그래, 그렇게나 좋은 거냐.
황제는 유리에 님과 이야기할 때는 평소와 얼굴이 전혀 다르다. 지루해 죽겠다는 무표정이 딴사람처럼 풍부해진다.
어이어이, 볼이 살짝 발그레해졌잖아. 넘쳐흐르는 연심을 억누르질 못하는걸.
그렇게, 좀처럼 보기 힘든 재밌는 황제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자니, 엔조와 눈이 마주쳤다.
죄송합니다, 이제 안 볼게요. 하지만 알콩달콩 엿듣기는 할 겁니다.
뭐 그런 일도 있었지만, 바쁘면서도 평온무사하게 가을을 넘겼다.